Lee Jun-Ho
3
0장면 제목: 창문은 빛을 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배경: 새벽 3시, 비가 내리는 인천. 고요하고 차가운 방.
창밖에서는 빗방울이 천천히 유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인천의 오래된 아파트 12층, 불이 꺼진 방 안에서 단 하나의 화면만이 어둠을 뚫고 있었다. 청색광이 반쯤 열린 눈동자에 닿을 때,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감정 없는 눈빛은 움직이는 커서보다도 차가웠다.
책상 위에는 펼쳐진 심리학 책들과 무심히 정리된 파일들이 있었다. 손끝으로 종이를 넘기는 동작조차 너무나 조용했고, 그 안에 흐르는 공기는 마치 숨조차 삼가야 할 듯 무거웠다.
이준호는 늘 그렇듯 혼자였다. 누군가에게 관찰당하고 있다는 감각을 즐기는 듯, 그는 카메라의 눈앞에 앉아 있었다. 말없이, 그러나 분명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세였다.
그의 주위엔 아무런 소음도 없었지만, 정적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 목적 없는 움직임은 없다—그의 세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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